[새로운 세계] 자율 주행 자동차가 가져올 변화들 (#3.1)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한 시금석

 

첫 번째 희생, 화물차량 운전자

자율주행이란 근본적으로 차량의 운전자를 없애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현재 운전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조만간 실업의 위기에 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물운송 업계는 자율운행으로의 전환이 대단히 빠르고 철저하게 무자비하게 진행되어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다른 분야도 정도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이 파도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 입니다.

 

800px 01.jpg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있는가? 화물운송 종사자 현황

미국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카우보이 입니다. 뭐, ‘소몰이꾼’이지요. 그들은 광활한 미국 서부에서 방목된 소들을 몰고 인구가 밀집한 동부의 도시지역으로 몇 달에 걸쳐 이동하는 사람들입니다. LA 지역에서 시카고의 도살장으로 매년 카우보이들이 이동하는 경로가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 포장도로를 만든 것이 유명한 ’66번 도로’ 입니다. 소를 그렇게 많이 방목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사람들이 먹기 위해서 입니다. 아직 냉동탑차가 개발되기 전에 소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산채로 끌고 가는 수 밖에는 없었고 그 일을 카우보이들이 한 것 입니다.

그렇다면, 냉동탑차가 만들어지자 카우보이들이 대량해고 되었을 거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를 끌고 몇날 며칠 광야를 넘어 도시로 가는 카우보이 직업은 말 그대로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방목지 근처에 도살장이 줄줄이 들어서고 거기서부터 냉동차로 고기를 도시로 운반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대륙횡단 트럭운전은 말하자면 카우보이의 현대판 버전입니다. 미국은 전 국토를 대륙횡단 도로망과 간선도로망으로 마치 대동맥, 동맥, 실핏줄처럼 엮어 놓았고 이곳을 엄청난 수의 트럭이 날마다 누비고 있습니다. 거대한 생명체가 내부 기관과 피부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내보내듯이 크고 작은 운송 트럭이 전국을 누비면서 경제에 활력을 넣어주고 있는 것 입니다. 그래서 트럭 운송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고 또 이 분야의 종사자도 상당히 많습니다.

 

03.jpg

 

미국 교통통계국 자료

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2014년에 미국에 등록된 트럭 운전사는 240만명에 이릅니다. 실재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 이 정도이고 그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헐씬 더 많습니다.

미국의 트럭운전사는 과거 카우보이 시절과 마찬가지로 한번 집을 나서면 며칠에서 몇 주씩 운전을 계속하다가 돌아옵니다. 통계에 의하면 일년 365일 중에 평균 200일 정도를 집을 떠나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외항선 선원?   이들이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휴게소, 식당, 그리고 잠을 잘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있어야 겠지요. 240만명이 연간 200일*을 나와서 자는 상황이고, 600번의 외식을 하고 있으니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도 상당한 규모를 이루고 있는 것 입니다.

(*대형 트럭은 보통 잠을 자는 공간이 운전석 뒤에 있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 200일 숙박이라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양상이 그렇다는 것은 충분히 전달 될 걸로 생각 합니다)

 

트럭 운송 서비스

미국의 대표적인 운송업체인 UPS, Fedex, USPS 등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Ground shipping: 전구간 트럭으로 운송되는 화물이며, 대륙횡단인 경우 7-10일 정도 걸립니다. 예를 들어 산호세에서 뉴욕 B&H로 필터와 삼각대를 주문하였다고 하면, 가장 저렴한 방식인 트럭운송을 택할 수 밖에 없겠지요.

– Express delivery: 야간 항공기와 트럭으로 운송되며, 대륙횡단인 경우 2-3일 걸립니다. 운송비는 비싸지지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당히 수요가 많습니다. 주말 촬영에 가지고 나가려고 렌즈를 급하게 주문하였다면….

– Priority delivery: 주야간 항공기와 트럭으로 운송되며, 대륙횡단인 경우 1-2일 걸립니다.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됩니다.

800px 01-1.jpg

 

트럭 운송에서 자율주행과 인간주행의 비교

자율주행 인간주행
트럭 주행 시간 (하루) 23시간 8시간
주유 및 간단한 점검에 1시간 소요. 그 외는 계속 주행 하루 10-11 시간 운전을 한다 해도 주유, 휴식, 점검 등으로 실 주행은 8시간 정도.
대륙횡단 기간 3-4일 7-10일
운전자 X 240만명
차량 사고 (보험처리 비용 등) 1/10 이하 운행시간을 늘리면 사고가 늘어나는 비례 관계
차량 정비 및 관리 인원 약간 증가
도로주변 식당, 숙박업 대폭 감소

 

무엇보다도 트럭 주행시간이 하루에 3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게 (또는 대륙횡단 기간이 1/3로 줄어듬) 경영자로서는 참기 힘든 유혹입니다. 피로를 호소하지 않는 자율주행 트럭은 사고 위험이나 노사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화물운송에서 인간 운전자를 배제하고 자율운전으로 가는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기술인 것 입니다. 또한 비행기에 의존하는 대륙횡단 화물수송의 상당부분을 트럭운송으로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항공 운송에 비하여 헐 씬 적은 비용을 들여서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입니다. 물론 항공운송은 여전히 초고속 운송에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줄 것 입니다만….

경영자가 이렇게 폭발적인 이익과 새로운 사업기회에 들떠있는 사이, 그 트럭들을 몰고 다니는 운전사들은 조용히 그러나 엄청난 대규모로 실업 대열에 들어서게 됩니다.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카우보이는 이제 그림자마저도 소멸하여 역사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것 입니다.

운전사 중의 일부는 다른 직업을 찾아서 나가겠지만, 대부분은 실업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걸로 예상됩니다. 운송업의 다른 분야, 즉 택시 같은 경우도 자율주행의 파도가 덮칠 것이고, 운전으로 생업을 이어가던 사람이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800px 04.jpg

 

미국과 같이 대륙횡단을 하는 처지가 아닌, 한국의 화물운송은 어떻게 될까요?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율주행의 이익이 여전히 크고 뚜렸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운행가능 시간이 3배로 늘어난다면, 서울 부산간 하루에 한번 컨테이너를 움직인 것을, 하루 3번 운송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피로를 호소하지 않고 커피 마시는 시간이나 잠을 자는 시간이 필요 없는 자율 주행 트럭은 낮이나 저녁이나 심야시간을 가리지 않고 기름을 넣고 타이어 압력을 확인해보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도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부하고 싶지만, 결국 닥치고야 말 것…

화물운송에서 자율주행의 이점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가들이 이를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 입니다. 일단 도입이 시작되면 빠르고도 철저하게 운전자 교체가 이루어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2030년쯤에는 미국, 유럽에서 현재 화물 운전자의 80-90% 이상이 업계를 떠나 멸종의 수순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화물 운송 운전자의 교체를 늦추는 유일한 저항은 이 문제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제한을 두려는 움직임일 것 입니다.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해고되는 운전자들은 상당한 사회 불안과 정치적인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인들이 절망적인 처지에 놓인 서민들보다는 자금을 대주는 자본가들과 더 친하게 지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는 피해 나갈 수가 없는 것 입니다.

 

Capture.JPG

 

젊은이의 일자리는 전세계적인 문제입니다. 트럭운전도 더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 동유럽에서 몰려온 젊은 여성들이 대거 유럽의 트럭운전 업계에 진출하여 EU 지역을 누비고 있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모델업계에라도 나갔지만 지금은 그마저 완전 포화상태…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한 시금석

화물운송 업계에 닥치는 엄청난 변화와 기회, 또한 트럭 운전사들의 해고사태는 제4의 산업화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한 산업재편) 문제를 그야말로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보여주게 됩니다. 소수의 경영자는 더욱 적은 비용과 향상된 효율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날 것 입니다.

당장은 화물차 운전자의 문제지만,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번역가, 텔레 마케터, 법률자문, 기업분석……등등 인간의 지능이 필요한 분야가 인공지능으로 대체 되면서,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 입니다.

트럭 운전사인 경우 10년 이상 길게 보면 100% 사라질 걸로 예상이 됩니다. 법률자문이나 기업분석같이 고도의 분석과 통합이 요구되는 분야는 사람의 역활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겠지만 현재 인원의 약 10-20% 정도로 충분히 같은 일 또는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최종적인 통합 작업은 인간이 맡고 대부분의 자료검색, 분석은 인공지능이 하게 되는 것 입니다. 즉 고 난이도 직업분야라도 80-90%의 인간은 직업을 잃게 됩니다.

 

생산은 무제한, 수요는 극소수인 사회

그렇다면, 이렇게 실업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사회에서 여전히 생산과 운송이 활발할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실업수당으로 근근이 끼니를 잇는 상태에서, 온라인 쇼핑이나 신제품 런칭이 흥할리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많은 물건이 대륙의 구석구석 운송되어야 할 이유도 없어지게 됩니다. 상위 10-20%의 사람은 무제한의 구매력을 가지고, 그 외 80-90% 사람은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 이외에는 살 수 없게 된 사회에서 법률자문이나 기업분석을 요구할 일도 그리 많지 않게 될겁니다.

경영자들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값싸게 물건을 생산하고 운송할 수 있게 되지만, 해고된 근로자들은 그 물건들을 살 수도 없고 운송할 일도 없게 되는 것 입니다. 그러면 다시 역으로, 그 물건들을 사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로봇으로 계속 생산을 하게 될까요?

 

 

800px 02-1.jpg

 

 

 

계속  //

 

 

글쓴이 Leo_KHIMME

사진, 사진기, 렌즈, 여행, 새로운 곳, 새로운 기술 & 신산업혁명
대만 타이페이 거주
Oldies but Goodies 오피넛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