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사그라다 파밀리아 (5/x)

가우디가 아닌 수비라츠

파밀리아 성당과 건축가 가우디의 이름이 동일시되다 보니, 성당 곳곳이 가우디의 건축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됩니다. 서쪽 문, 즉 수난의 문으로 나가서 마주치는 ‘호셉 마리아 수비라츠’의 조각은 이런 오해를 단숨에 부수려는 듯, 레고형 직선으로 단순화된 현대 조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곡선이 흐르는 가우디의 동쪽 문과는 딴세상 같은 이질감이 넘칩니다.

 서쪽 문 정경

건축가로서 수비라츠는 고민이 무척 많았을 겁니다. 가우디의 조각이 파밀리아 성당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마당에 그 뒤를 이어 작업을 해 나가려니,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가우디의 흉내, 모작, 2인자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겠지요. 가우디의 후광을 떨쳐버리고 자기 이름, 즉 ‘수비라츠의 파밀리아’를 만들려면 충격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수비라츠는 가우디의 흉내를 내지 않겠노라 선언한 다음, 자신이 제일 잘 하는 분야, 직선으로 단순화된 현대조각으로 서문을 장식하였습니다. 그리고 두둥~~

벌거벗은 예수

그리고는 고추를 덜렁 내놓은 예수상을 십자가에 달아 놓았습니다, 아…아….멘

서문을 둘러보다 이 장면을 뜨악-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아오, 수비라츠, 시바… ” 저절로 탄식이 나오더군요. 가우디에 가려진 2인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새기려는 건곤일척에 대한 감탄사이기도 하구요   :- )

이 조각이 공개되자 교회 관계자, 신심있는 주민, 신문 방송 할것 없이 일제히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수비라츠는 요지부동, 고집을 꺽지 않고 성경 어디에도 예수님이 허리춤을 천으로 가리고 십자가에 매달렸다는 기록이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런 기록이 없기는 하지만,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래 예수님의 고추를 감히 조각한 자가 없는데, 수비라츠가 정말 충격적인 발상을 하긴 한 겁니다. 기존의 틀에 억메이지 않고 ‘깬’ 사고를 하는게 예술가라면 수비라츠도 진정 예술가 대열에 들어가는 거지요.

‘네가 뭐, 미켈란젤로라도 되는줄 알아?’   관계자님, 볼멘 소리를 해봐야 이미 늦었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보면 그 성질 고약한 늙은이, 마이클-안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한쪽벽을 온통 벌거벗은 남녀 그림으로 가득채웠는데, 거기에 있는 예수님, 마리아도 원래는 완전 나체…  미켈란젤로가 살아 있을 적에는 이 살색 가득한 그림을 어쩌지 못하다가 그가 죽고나서 다시 채색하여 옷을 입힌 것이 바로 시스티나의 ‘최후의 심판’입니다. 가우디의 후광에 짓눌려 있던 수비라츠가 ‘이 정도 초강수가 아니라면, 내 조각은 비웃음거리로 전락할지 몰라…’ 라고 맘먹은 거지요

신심 깊은 가우디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을터…..

수비라츠가 조각한 가우디의 각진 두상입니다.

 

서문 전체 촬영하기

서문 바로 옆이 큰길이기 때문에 이 커다란 탑을 한번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16-50 렌즈를 최광각에 놓고 6장 파노라마 샷을 날렸습니다

 

합친 결과, 사진기를 워낙 위로 치켜들고 찍었기 때문에, 아래처럼 괴상한 원본이 나왔습니다. 할 수 없이 이 사진을 가공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색온도를 맞춘 사진

 

다시 교회로 들어오니, 어질어질… 해가 좀 더 기울어 아까와는 다른 색이 실내를 가들 채우고 있습니다. 파밀리아 성당은 이렇게 시간별로 변하는 빛의 형연, 색의 변화가 중요한 감상 포인트 입니다.

 

 

번외편 : 가우디뽕 주의!

가우디가 훌륭한 조각가인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칭송이 도를 지나쳐 황당무게한 내용을 적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우디가 계획한 것 처럼 묘사한 글이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성당’을 건축가가 마음먹는데로 지을 수 있는 건물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에라이~ 세상 어지러운데 회개도 할겸, 교회나 지어볼까?’

성당은 카톨릭 교회의 예배당이며 종교시설입니다. 건축가가 자기 맘대로 동네에다 성당을 지어놓으면 바티칸은 뭐하는 곳인가요? 소소한 개척교회도 개인이 회개차원에서 지을 것은 아닐텐데, 이런 거대 성당을…?? 가우디가 좀 더 살았다면 스페인 내전때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적을 무찔렀다 쓸 작가의 기세… 가우디를 존경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깜찍하고 맹랑한 내용을 사실인양 적어놓는 것은 너무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당시 60만명의 후원자를 가지고 있었던 ‘성 요셉회’에서 기금을 모아 땅을 사고 프란시스코 비야르라는 건축가를 고용하여 시작한 건축입니다. 이 성 요셉회를 창립하고 모금을 주도한 사람이 호세 마리아 보카벨라 입니다. 가우디는 나중에 합류한 여러 건축가 중 한명인데, 초대 감독인 비야르가 성 요셉회소속의 건설 감리역 ‘호안 마르토렐’과 분쟁을 일으켜 사임하자, 후임 건축가의 자리를 맡았던 것 입니다.

아 쫌, 자료 배낄때 검토를….

다른 사이트의 자료 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인기 검색어인지, 여러 사이트 및 블로그에 관련 글이 실려 있습니다.

  • 1950년대에 무슨 남북전쟁이? 그리고 남북전쟁이라면 미쿡인데….
  • 스페인 내전은 1936년에 벌어져, 그 때 공사가 중단 되었습니다
  • 스페인 내전은 공화파와 파시스트 군부가 전지역에 걸쳐 싸운 전쟁, 바르셀로나는 공화파의 마지막 거점…

위 사이트의 자료는 Wikipedia 영문 자료를 배낀 것 같은데, 아래 그물로 묶은 부분을 빠트리고 옮겨 적는 바람에 ‘Spanish Civil War in the 1950s…’ 로 내용이 변했습니다. 그게 ‘1950년대 스페인 남북전쟁…’으로 번역된 거지요. 에궁…

남의 레포트를 배낄때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또는 틀린 토씨까지 그대로) 정성들여 배끼는 것이 ‘예’ 입니다. 남의 노고에 대한 존중과 자기 게으름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아서 말이죠. 또는 자신의 노력도 어느정도 들여서, 여러명의 레포트를 짜집기 하여 마치 자기가 쓴 것처럼 만든다면 최소한 ‘의’에 해당하는 겁니다.

이렇게 배끼면서 틀리고, 틀리고도 모르는 것은 ‘예’도 아니고 ‘의’도 아닙니다. 배낀글이라도 최소한 한번은 읽어보고 사이트에 올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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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Leo_KHI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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