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몬세라트, 산타 코바 그리고 검은 성모… (6/x)

주마간산 몬세라트

처음가는 지역은 아무래도 주마간산으로 훑어볼 수 밖에 없을텐데, 그런 와중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곳도 있고, 다음에 다시 꼭 와야지 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몬테라트가 바로 후자의 경우 입니다.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유일하게 관광사의 상품을 이용한 ‘가우디 투어’를 마치고, 바로 자유 여행 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몬세라트 관광은 어떤 목적이나 기대를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 감흥이 달라집니다. 온라인 블로그에서 찾아 본 몬세라트는 주로 검은 성모상, 소년 합창단  이야기들 입니다. 제가 그곳에 간 이유는 바로 …. (아무 생각없이) 바르셀로나 여행에 하루 끼여 있는 코스였기 때문 입니다   :- )

기차로 가는 길, 그러나 내리는 곳 주의 !

유럽 여행에서는 지하철, 기차를 잘 이용하면 왠만한 곳은 다 갔다 올 수 있습니다. 몬세라트도  기차로 가는 것이 제일 편리합니다. 그런데 초행길에 지도를 보며 찾아간 기차역이 황량하다 못해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고, 심지어 역무원이나 역무원이 있었음직한 사무실 조차 없는 텅빈 공간이었습니다. 마치 다이하드 영화 세트장에 들어 온것 같은 느낌입니다.

‘여기가 타는곳 맞나…’ 불안하기 짝이 없었지만, 물어 볼 수도 없고…조… 존버를….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을 때는 기념사진 찍을 엄두도 못내다가, 다른 사람들이 모이자 겨우 여유를 되찾고 기념 찰칵 ! 

그런데 기차 시간이 다가오자 한두명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어디서들 나타났는지 금새 자리 다툼을 해야 할 정도가 되버렸습니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은 기차 시간이 딱 되서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하기야 한시간 간격으로 기차가 있는 지하역사에 미리 와 봐야 뭘 하겠습니까. 어쨋건 불안했던 마음이 가시자, 긴장된 표정을 풀고 여유를 부리며 기차 노선표도 기념으로 한장 찍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곧 이어 벌어질 황당 사건을 짐작도 못하고, 그저 룰루랄라… 자유 여행의 방심과 느긋함에 젖어 있었습니다. 문득 기차 노선표에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있다는게 머리를 스쳤지만요…

기차에서 내릴때가 되어서야 ‘몬세라트’라는 이름이 붙은 역이 3개나 있다는 사실을 깨닳았습니다.  ‘오…오잉? 어디가 진짜 몬세라트지… ?’

몬세라트 Montserrat 라는 철자는 읽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알수없는 스페인어라 급 당황, 결국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두번째 역에서 따라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케이블 카! 끝없이 길게 늘어서 있는 줄. 그런데 우리가 끊은 것은 산악 열차 티켓 입니다. 산악 열차는 다음역, 즉 세번째 몬세라트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런 것을 까맣고 모르고 있었던 것 입니다.

‘이런게 자유여행의 즐거움이다, 뭐…쿨럭 쿨럭’

이왕 이렇게 됬으니 그냥 케이블 카를 타자고 줄을 섰는데, 줄이 어찌나 느리게 줄어 드는지 한시간을 기다려 다음 기차를 타는게 더 빠르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계획에 전혀 없던 몬세라트 정경 사진을 찍고 관광객 이외에는 인적이 거의 없는 역사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네요

    이 긴 줄에 단 두대의 케이블카 만 달려 있습니다. 하 세월….

우리처럼 엉뚱한 곳에 내리는 경우가 한둘이 아닌지 아예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커피와 간식을 파는 오두막이 기차역 오솔길에 있습니다. 아마도 매시간 열차가 서면 잘못내린 관광객들이 어리둥절 헤메다가 이 쓰러져가는 오두막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볼일도 보고, 다음 기차를 타는 모양 입니다.

자 그래서, 남는 시간에 열차 노선표를 자세히 보았습니다

  • 1, 2, 3 으로 표시한 곳에 Montserrat 가 모두 나오고 있습니다
  • 2번 Aeri de Montserrat 는 케이블 카 타는 역
  • 3번 Monistrol de Montserrat 가 산악 열차 타는 곳
  • 4번 화살표에 보이는 톱니 모양이 산악 열차 레일 표시      (이거, 문맹이 따로 없군여…)

  잘못내린 사람들의 집합소, 오두막 카페가는 길

  따듯한 차 한잔으로 여유를 되찾기

산악 열차

열차 왼쪽으로 멋진 풍광이 펼쳐지지만 창문에 실내가 비치기 때문에 깔끔한 풍경을 찍을 수 없습니다. 이런 때는 걍 대자연 감상하기. 산등성이로 빛이 강렬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꽤 높은 지대까지 열차가 올라갑니다. 이 길을 버스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배차 간격이 너무 뜸하기 때문에 비추 입니다. 또는 산 밑 마을에서 부터 걸어 올라오는 코스도 있는데 관광이라기 보다는 체력단련 코스로 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수도원에서 본 풍경, 산타 코바

수도원에 도착하면 멀리 카탈루냐 평야를 배경으로 기암괴석이 줄지어 선 산의 모습이 들어 옵니다. 여기 와서 알았지만 몬세라트는 트레킹 코스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코스 중간에 보이는 수도원의 경관이 압권이기 때문에, 단순히 성모상과 합창단만 보고 나오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곳 입니다. 미리 조사 해보고 왔더라면 산타 코바 정도는 갔다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어기 오른쪽 낭떨어지에 지어진 것이 바로 산타 코바 입니다. 절벽을 따라 아찔하게 길이 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주로 16-50 렌즈 하나만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을 하였는데, 16-50이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렌즈이지만, 가끔 이렇게 장 망원이 필요한 경우가 생깁니다. 산타 코바를 실감나게 담아 보려면 18-135 정도 되는 렌즈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곳 수도원에서 산타 코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산타 코바로 걸어가는 절벽 위에서 수도원을 바라 보는 것도 어마어마한 장관이 될 것 같습니다.

    걍 크롭 신공으로 땡긴 산타 코바

실물로 봤을 때, 절벽에 매달려 있는 듯한 산타 코바는 보기에도 아찔하고, 저기에 어떻게 건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저기를 가려면 절벽 위의 길을 가야하나… 보는 것 만으로도 스릴이 넘칩니다. 그렇지만 컴퓨터 모니터로 보면 그런 실감이 날리가 없는거지요. 모니터 상에 조그마하게 보이는 산타 코바는 절벽 위 ‘아슬아슬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풍경 사진은 멋진 장면을 복사해서 화면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식대로 번역해서 화면에 그리는 작업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때, 같은 장소라도 사진가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겁니다. 다음 번에는 지금 촬영한 장소 보다 좀 더 낮은 위치로 가서 망원으로 더 땡겨 찍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산타 코바 가는 절벽 길을 꼭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ㅎㅎ

산 미구엘 십자가

마찬가지로 저 십자가가 있는 곳에서 수도원을 바라보는 장면이 더 압도적 입니다. 기암괴석 바위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건물이 같이 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수도원에서 산 호안으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 산 미구엘 십자가로 가는 길 외에도 여러갈래 트래킹 코스가 나옵니다. 코스 중간 중간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수도회 건물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자연의 풍경과 어우러져 멋지고도 처연한 장면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이런 사진 촬영은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풍경 사진 촬영지로서 특이하고 분위기 있는 장소를 섭외(?)하고 온 걸로 만족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코스가 여기에 있기도 합니다. 이 코스는 딱히 둘러볼 계획은 없습니다만…

검은 성모

소년 합창단은 정해진 시간에 나오는데, 엉뚱한 케이블 카 역에서 시간을 허비한 바람에 보지 못하고, 수도원에 있는 검은 성모상을 보기로 했습니다. 이 줄이 만만치 않게 깁니다 (유명 관광지를 가면 어디서나 마찬가지…)  그렇지만 마침 소원을 빌어야 할 일이 있어서 긴 줄을 마다않고 기다렸다가 검은 성모상을 보고, 만지고 올 수 있었습니다. 저 성모상을 하도 만지면서 소원을 비는 바람에 지금은 유리로 막아 놓고 손에 들고 있는 공만 노출 시켜 놓았습니다. 어쨋건 소원의 효험은 저 공을 만지는데 있는거니까 큰 상관은 없습니다… ㅎㅎ

이 수도원에 그런게 하나 더 있군요. 사그리다 파밀리아에서 본 수비라츠의 조각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  이 계단을 오르는 길을 막아 버렸습니다

구글링한 사진… 저, 아닙니다

      바로 이 조각,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하여 관광을 온 사람들도 허다하게 많았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아쉽게도 팬스를 둘러쳐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았습니다  (아쉬운게 맞나?) 

다음번 사진 여행은…

이 몬세라트 수도원에 호텔이 있기 때문에, 촬영에 욕심을 낸다면 여기에서 하루 묶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오가는 시간을 줄이고, 새벽이나 늦은 저녁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여기는 말 그대로 수도원이라 해가 지고 나면 다른 아무것도 할게 없다는게 망설여지는 점이기는 합니다. 관광객이라면 당연히 바르셀로나 밤거리를 쏘다니기 위해서 여기에서 자는 것을 생각지도 않겠지만, 사진 여행이라면 하루 정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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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Leo_KHI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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